펫아시아뉴스(Pet Asia News) 8월 15일 광복절. 많은 사람이 가족과 휴일을 보내고 여행길에 오른 이날, 가위와 클리퍼를 챙겨 경북 영주로 향한 사람들이 있었다. 목적지는 관광지도, 휴가지도 아니었다. 애니멀 호더 환경 등에서 구조돼 새로운 삶을 기다리는 100여 마리의 구조견이 머무는 현장이었다. 광복절 연휴로 도로 곳곳이 정체됐지만 안충기 교수와 안충기 유기동물 미용봉사단 소속 전문 미용사들은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도움이 필요한 생명에게 따뜻한 손길을 건네기 위해 자신의 휴일과 시간을 기꺼이 내놓았다. 현장에서 만난 구조견들은 저마다 다른 모습이었다. 사람의 손길을 반기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누군가 다가오는 것만으로 몸을 움츠리는 아이도 있었다. 오랫동안 관리받지 못해 털이 단단하게 엉킨 아이, 오염된 털 사이로 피부와 건강 상태를 조심스럽게 살펴야 하는 아이도 있었다. ‘100여 마리’라는 숫자는 현장에 도착하는 순간 더 이상 단순한 통계가 아니었다. 한 마리 한 마리에게 눈과 표정이 있었고, 견뎌온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이 남아 있었다. 안충기 교수는 “100마리가 넘는 아이들이 구조됐다는 것은 단순히 다른 장소로 옮겨졌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100개의 생명을 다시 돌보고 건강을 살펴 새로운 삶과 연결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조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치료가 필요한 아이는 치료받아야 하고, 미용과 위생 관리가 필요한 아이는 세심하게 돌봐야 한다. 사람을 두려워하는 아이에게는 다시 믿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기동물 미용은 단순히 털을 짧게 자르고 외모를 단정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심하게 엉킨 털은 피부를 잡아당겨 통증을 일으키고, 오염된 털은 상처나 피부질환을 발견하기 어렵게 한다. 그러나 봉사자들은 서두르지 않았다. 낯선 손길에 아이가 몸을 움츠리면 가위를 멈췄고, 클리퍼 소리를 두려워하면 다시 안정을 찾을 때까지 기다렸다. 빠르게 끝내는 것보다 구조견이 받아들일 수 있는 속도에 맞추는 일이 먼저였다. 안 교수는 “현장에서 아이를 만나면 예쁘게 만드는 것이 우선이 아니다. 지금 이 아이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며 “미용사의 욕심으로 서두르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안전하게 진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구조견에게 남겨질 ‘사람의 손’에 대한 기억을 강조했다. “이 아이들이 과거에 사람의 손을 어떻게 경험했는지 우리는 모두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오늘 만난 미용사의 손만큼은 자신을 아프게 하는 손이 아니라 보호하고 돌봐주는 따뜻한 손이었다고 기억해 주기를 바랍니다.” 현장에서는 저마다의 역할이 이어졌다. 누군가는 긴장한 구조견을 품에 안아 안정시켰고, 누군가는 엉킨 털을 조심스럽게 정리했다. 주변을 청소하고 필요한 물품을 옮기는 손길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 사람의 손길은 작아 보였지만, 그 작은 손들이 모이자 100여 생명을 위한 커다란 돌봄이 됐다. 미용을 마친 구조견들에게도 조금씩 변화가 나타났다. 몸을 무겁게 짓누르던 털이 사라졌고, 사람 곁에서 잠시나마 편안하게 머무는 아이도 있었다. 눈에 띄는 외형의 변화보다 봉사자들의 마음을 울린 것은 사람의 손길을 조금씩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표정이었다. 안 교수는 “봉사를 마치면 몸은 정말 힘들지만, 미용을 마친 아이가 한결 편안해진 표정을 보여주는 순간이 있다”며 “그 모습을 보면 다시 현장을 찾을 힘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견들을 바라보며 “오늘 우리의 손길을 만난 아이들이 앞으로는 아팠던 기억보다 따뜻했던 기억을 더 많이 만들어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반려동물 미용사에게 가위와 클리퍼는 생업을 위한 도구이자 오랜 교육과 연습, 현장 경험을 통해 완성한 전문기술이다. 이날 봉사자들은 그렇게 어렵게 익힌 기술을 아무런 대가 없이 구조견들을 위해 사용했다. 안 교수는 “한 사람이 지금의 미용 기술을 갖추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 소중한 기술을 생명을 위해 기꺼이 나누는 봉사단원들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한 사람이 세상의 모든 유기동물을 구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로 눈앞의 한 생명을 도울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한 번의 봉사만으로 100여 마리 구조견의 삶을 모두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이날 누군가의 하루는 분명 달라졌다. 몸을 짓누르던 엉킨 털에서 벗어난 아이가 있었고, 사람의 손길이 아픔만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 경험한 아이도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중 한 아이는 언젠가 새로운 가족의 품에 안겨 이날을 자신의 삶이 달라지기 시작한 순간으로 기억하게 될지도 모른다. 안 교수는 “미용사의 손길 하나로 세상의 모든 유기동물을 바꿀 수는 없지만, 오늘 내 앞에 있는 한 생명의 하루는 바꿀 수 있다”며 “그런 하루가 하나씩 모이면 결국 그 아이의 삶도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광복절 휴일까지 반납하고 영주를 찾은 안충기 교수와 안충기 유기동물 미용봉사단. 이들이 이날 잘라낸 것은 엉킨 털이었지만, 그 따뜻한 손길이 만들어낸 것은 한 생명이 다시 사람을 믿고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