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예

KBS 1TV 설 특집 나의 살던 고향은


(반려동물뉴스(CABN)) 봄과 가을엔 냉이와 밤을 내어주던 뒷산과 여름과 겨울에는 돌 사이에 숨어 있는 물고기를 잡았던 강가에서의 추억. 넉넉하지 못했지만 마음만은 풍요로웠던 고향을 떠오르게 한다.

타지로 나가면서 따뜻했던 어머니의 품이 그립기 마련인데 그 그리움을 견디다 못해 다시 어머니 같은 고향의 품으로 돌아온 사람들이 있다.

스무 가구 남짓한 작은 마을의 전라북도 임실군 진뫼마을. 이 마을 태생의 사람들이 고향을 잊지 못해 자신이 나고 자란 집으로 돌아왔다.
부모님도 계시지 않은 곳이지만 고향에 대한 향수 하나로 돌아온 사람들. 이들에게 고향의 의미란 무엇이고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일까.
다시 돌아온 사람들이 말하는 고향 진뫼마을의 이야기를 담았다.

“고향 상사병에 걸려서 죽을지도 몰라.”
고향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먼저 ‘그리움’을 떠올리겠지만 김도수(60)씨에게 고향은 그리움을 넘어서 상사병에 걸릴 만큼 애틋한 곳이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자신도 모르는 새 남에게 팔린 집을 12년 동안이나 쫓아다니며 되팔아 달라고 부탁했다. IMF 이후 겨우 되찾게 된 고향 집을 이젠 20년 동안 주말마다 와서 돌본다. 고향에 꿀단지라도 숨겨놨나 싶어서 보면 그런 것도 아니다. 금은보화보다 더 귀한 것이라 부르는, 가족들과 함께 보냈던 고향에서의 소중한 기억이 마을 곳곳에 담겨져 있다. 고향에만 오면 어머니와 함께 밭일 하던 추억, 손으로 맛나게 찢어주시던 김치, 살을 문대며 좁은 방에서 답답한 줄도 모르고 살았던 그 기억들이 마치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다.

김도수 씨에게 고향은 어머니이자 곧 어머니가 고향이다.
김도수 씨 집 낮은 담장을 따라 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양현미(51)씨 집. 현미 씨는 김도수 씨 ‘깨복쟁이’(소꿉친구)의 동생이다. 그녀 역시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다시 진뫼마을로 돌아왔다. 부모님이 손수 지으신 집을 그대로 두고 그 앞에 새로 집을 지어 주말마다 오가고 있다. 현미 씨 집 뒤안을 따라 올라가면 밭이 둘 있는데 그녀는 그 밭을 볼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진다. 몇 달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던 “밭을 놀리지 말라.”는 말마따나 들여다보니 온통 자갈 투성이. 거기에 기계 하나 쓰지 않고 홀로 맨손으로 일구시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 팥 말고도 어린 나무 몇 그루를 심었다.

오랜만에 진뫼마을이 눈으로 뒤덮였다. 장독대 위 쌓인 눈은 제 키 만큼 우뚝 솟아 있고 동네 어르신들은 너나할 것 없이 눈 치우기에 여념이 없다. 밭에 뽑지 않고 남겨둔 배추 위에도 눈이 소담히 쌓였다. 눈밭을 헤치며 양현미(51)씨는 어머니가 겨우내 저장해둔 채소로 밥을 해줬던 기억을 더듬으며 얼어있는 배추를 뽑는다.

부모님의 마음을 장독대에 묻어놨다는 김도수(60)씨는 이렇게 눈이 내리는 날이면 어린 시절 먹었던 김치 맛이 입안에 맴돈다. 그의 점심은 장독대에서 갓 꺼낸 싱건지(동치미)에 밥 한 그릇이다.

이번 설날에 찾아간 고향은 어떤 모습인가요. 아직도 그 시절 어머니가 해주시던 갓 지은 밥 냄새, 동네 친구들과 골목길에서 뛰어 놀았던 그 모습이 그려지시나요? 기억 속 아련한 고향의 모습이 그곳에 남아 있나요? 가슴 속에 그리움이 소복이 쌓여갈 수록 어머니의 따뜻한 품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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