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예

설 특집 다큐 ‘종갓집 아씨들’ (1TV, 2월14일)


(반려동물뉴스(CABN)) 누구나 고향이 그립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부턴가 삶의 가치를 물질에 두면서 전통에 대한 관심도 퇴색하기 시작했다.
또 하루하루 사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에게 소홀해지는 것에 무감각해져 갔다.
여기, 어릴 적 추억이 각인된 고향집 한 방에서 태어난 삼대(三代) 여섯 딸들이 다시 뭉쳤다

종가의 여섯 딸들이 들려주는 친정이야기
350년 전 경북 영주의‘물 위에 떠 있는 섬’무섬마을에 처음 자리를 잡았던 반남 박씨 종가, 만죽재. 올해 종부의 팔순을 맞아 제각각 흩어져 살던 자손들이 모여들었다.
삼대에 걸쳐 만죽재에서 태어난 여섯 딸들의 희로애락이 담긴 사연을 통해 우리가 잊어버렸던 가족의 정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반추한다.

‘아씨’로 불렸던 여인들이 삶의 애환 속에서도 종가라는 자부심으로 어떻게 전통을 지켜왔는지, 그것이 오늘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지 재조명한다.

할매하고 엄마하고 우리를 금이야 옥이야 키워 동서남북으로 시집보냈는데요
내 나이 팔십이 넘었으니까 그 옛날 고향이 얼마나 좋았던가 그리워요.- 박난우, 81세

모두 그 방에서 태어났어요. 동창들이에요.
내가 놀았던 곳이고 나의 따뜻한 공간에 대한 추억이 다 있어서
팔십 되신 분하고 저하고 맞아맞아 하면서 세대가 틀려도 대화가 이어지는 거죠
- 박천희, 52세

‘육지 속의 섬’ 마을
경북 영주의 무섬마을은 아름다운 자연과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이 마을을 감싸 흐르고,
그 가운데 섬처럼 떠 있다. 반남 박씨와 선성 김씨의 집성촌으로 40가구 46명이
고향을 지키고 있다. 이곳에서 가장 먼저 사람들을 반기는 것은 한때 마을로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였던 외나무다리, 옛 여인들은 꽃가마 타고 시집왔다가 꽃상여 타고서야 비로소
마을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애환이 서린 곳이다.
그리고 3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무섬마을에 처음 뿌리를 내린 집이 바로 만죽재.
지금은 안동의 의성 김씨 종가에서 태어나 스무 살에 꽃가마타고 외나무다리를 건너
시집 온 11대 종부, 김시해 할머니(80세)가 홀로 지키고 있다.

삼대 걸친 여섯 딸들이 만죽재에 모인 까닭은
가을걷이가 끝날 무렵, 모두 한 방에서 태어났다는 만죽재의 여섯 딸들이 친정나들이를 했다.
6대 독자로 이어진 아들이 귀한 종가에서 세대를 뛰어넘어 우애가 깊은 딸들- 박찬순(88세)과
박찬주(81세)고모 할머니, 박난우(81세)와 박단우(73세)고모, 박천희(52세)와 박호경(50세)이다.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찬순 고모 할머니를 비롯해 모두들 만죽재에 들어서자
스물 살 처녀시절로 돌아간 듯, 그동안 녹록치 않았던 삶은 잠시 잊고 추억의 장소를 찾는다.
천희는 자식들의 만류에도 불편한 몸으로 만죽재를 홀로 지키고 있는 어머니를 화폭에 담는데,
모녀는 그동안 꺼내지 못했던 속내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다. 또 음식 솜씨 좋기로
소문이 자자했던 어머니의 내림음식-대구 보푸라기와 수란 비법을 배운다.
만죽재에서의 어릴 적 추억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모르는데…부모는 이미 떠나고 없지만
자손들의 삶과 기억 속에는 생생히 살아있는 것은 아닐까?

어렸을 때 겨울은 행복한 겨울이었어요. 친척들이 다 모이는 시간이거든요
풍요로운 겨울이었다면 지금의 겨울은 스산하다 할까, 엄마의 팔순 잔치가
옛 기억들을 다시 재생산하는 활력소가 될 것 같아요 - 박천희, 52세

종부의 팔순 잔치, 마을 잔치로 열다
종부의 겨울살이 준비에 대구에 사는 찬주 고모할머니네 결혼식 지나고 계절이 바뀌었다.
그리고 1월 중순, 해마다 겨울이면 그랬듯 만죽재는 다시 사람들로 북적였다.
올해는 종부의 팔순잔치, 종가에서 태어났고 평생 종부로 살아온 어머니는 무엇보다
봉제사 접빈객(조상을 섬기고 손님을 접대하는)’을 중요하게 여기시기에 직접 준비하는
것이 자식들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또한 만죽재 여섯 딸들이 다시 한번 뭉칠 기회라 여겼다. 지난번 모임에서 노구에도
모두들 흔쾌히 참석하겠노라 했던 딸들, 그런데 갑자기 세 분이 건강이 나빠져
참석을 못한다는 연락이 왔다. 난우 고모는 온몸에 타박상을 입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다.
드디어 종부의 팔순 잔칫날, 무섬마을에는 올해 유난히 귀했던 눈이 내리고
마을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종부의 팔순을 마을잔치로 연 것은 지금껏 무섬마을을
같이 지켜온 박씨와 김씨 사이의 화합을 이끄는 것 또한 종가의 덕목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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